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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지못할 선생님

전완하 | 2015.02.23 | 조회 2736

 

 국민학교를 들어가기 한참전이니까 아마 예닐곱살이나 되었을 시절의 얘기이다.

 

어릴적부터 그리 건강한 편은 못되었던 체질이었든지 병원 출입이 잦았다. 부모에게 자식 아픈 것처럼 속상한게 없다는데 무시로 병원을 찾아 다녔으니 큰 불효를 한셈이다.

 

더우기 병원도 읍내에나 나가야 있어 10리길을 걸음해야 했다.

 

교통수단이래야 발로 걷는 것이 전부인 시절에 부모님이 아이를 들쳐업고 병원을 찾는 일은 여간 수고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또 병원비도 큰 부담이었겠다는 생각이 든다.

 

한번은 병이 깊어서인지 대전에 있는 큰 병원에 가게됐다. 그 병원은 일전에 내가 부모님과 한번 들렸던 곳으로 큰 형님은 나를 앞세우고 대충 위치를 확인하고는 대전으로 향했다.

 

병원 근처까지 나를 데리고 간 형님은 그 병원을 찾아보라고 했다. 병원위치가 도무지 기억나지 않던 나는 무슨 생각을 했는지 길을 모른다고 말하지 않고 이곳저곳 병원을 찾아 헤맸다. 형님은 아무 말씀없이 나를 뒤쫓을 뿐이었다.

 

몇 시간이나 찾아보았지만 결국 병원과는 정반대 방향으로 가고 말았다. 군대에서 막 제대했던 큰 형님은 그런 내게 일언반구 말이 없었다. 나이차가 커 아버지 같던 형님에게 크게 혼이 나리란 나의 예상은 완전히 빗나가 버렸다.

 

형님은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물어물어 병원을 찾아 나를 데려다 주었다. 형님이 나를 사랑하고 있구나하고 들던 마음을 그 어린 나이에도 확연히 느낄 수 있었다.

 

비단 이런 일이 아니어도 형님이 내게 주신 사랑은 지금도 또렷하다.

 

지금 나는 가장 존경하는 사람을 꼽으라면 서슴없이 큰형님을 꼽는다.

 

집안 이야기만 한 것 같아서 선생님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다. 항상 마음에 있으면서도 자주 찾아뵙지 못하는 죄송스러움을 이글로 사죄할 수 있다면 그렇게 하고 싶다.

 

국민학교 때다. 밴드부를 지도하는 선생님께서 담임을 하신 적이 있다. 그 선생님과 공부했던 시간은 항상 즐거웠지만 그 중에서도 청소시간은 우리가 제일 좋아한 시간이었다. 청소시간만 되면 책걸상을 앞으로 밀어놓고 서로 힘겨루기를 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 놀이가 아이들에겐 대단한 흥미였다.

 

레슬링과 비슷한 놀이였는데 특별한 규칙은 없이 상대방을 힘으로 누여놓고 고생이라고 항복을 받아내는 고생잡기 놀이였다.

 

한번은 남자애와 여자애가 고생잡기를 한 적이 있었는데 결과는 여자애의 승리로 끝나 한참을 그 남자애는 바보소리를 들으며 다녀야 했다.

 

그런 경기를 하자면 상당히 시끄럽기 때문에 선생님께 발각이 되었어도 몇 번이나 발각되었을 것인데 성생님은 한번도 우리들의 그 시끌벅적한 놀이에 싫은 기색을 안하셨다.

 

지금도 동창들을 만나면 그 때의 고생잡기가 재미있었다는 이야기를 하는 친구들이 많다.

 

지나간 추억이나 생각하며 인생을 살아가기엔 아직 이른 나이라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즐거웠던 기억. 또 어떤 회상을 하면서 아 그랬구나라고 느끼는 뒤늦은 깨달음은 과거를 되돌아보는 것을 값있게 만든다.

 

형님과 선생님의 추억을 예로든 것도 그것 때문이다. 어린 마음에 과오를 질책당하거나 즐거운 놀이를 제지당했다면 아마 쉽게 그만 두었을런지 모른다.

 

그러나 내가 형님께 질책을 안당했다고 해서 그 다음번에 또다시 괜한 오기로 모르는 길을 찾는다거나 모르는 것을 아는 척한 적은 없다. 용서에 대한 깨달음이 있었던 것이다.

 

또 즐거운 놀이는 서로를 한테 묶으려는, 그리고 나약하지 않게 우리를 키워내시려는 선생님의 교육에 대한 신념이 있으셨기에 그렇게 하신 것이라고 믿고 싶다.

 

그런 결과 나는 자유스러운 의식을 가진 책임 있는 사회인으로 성장해있다고 자부한다. 자유스러움 속에서 자각하며 모든 것이 싹트는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을 한다.

(1992년 한국교직원공제회 신문 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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